나의 첫 블로그, 첫 운영부터 운영 종료까지: 내가 기록을 멈추지 않는 이유

나의 첫 블로그, solfany.github.io의 운영을 마치기로 했다.
2022년에 처음 만들기 시작해 2023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써 온 블로그다.
지금은 이곳 blog.solfany.com에 글을 쓰고 있고, 예전 글들은 옮기지 않은 채 그 자리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옮기기엔 글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아무 말 없이 문을 닫기에는 정이 너무 많이 든 블로그다.
그래서 문을 닫기 전에, 이 블로그에 남기는 마지막 글을 쓴다.
이 글은 블로그 하나를 닫는 기록이면서,
내가 왜 지금까지 기록을 놓지 않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록하는 습관을 갖고 싶었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기록하는 습관을 갖고 싶었을 뿐이다.
2022년 2월, 나는 혼자 개발 공부를 시작했다.
글을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2023년 5월에는 부트캠프에서 공부하고 있었고,
그해 개발자로 취업했다.
독학에서 부트캠프로, 다시 첫 직장으로. 이 블로그에는 그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공부를 하다 보면 분명히 이해했다고 생각한 것도 며칠만 지나면 흐릿해졌다.
같은 에러를 두 번, 세 번 다시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어딘가에 적어 두기만 했어도 이렇게 돌아가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운 것을 내 말로 다시 써 보는 곳이 필요했다.
블로그를 고른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혼자 보는 노트보다, 누군가 볼 수도 있는 곳에 쓰면 한 번 더 정리하게 된다.
남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게 쓰려면 내가 먼저 제대로 알아야 했다.
AI가 없던 시절, 검색창 하나로 버틴 날들
다만 그 시작이 쉽지는 않았다.
지금처럼 AI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오는 시절이 아니었다.
블로그 하나를 원하는 모양으로 바꾸려면 구글 검색 결과를 하나씩 열어 보며 따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글에 적힌 대로 설정 파일을 고쳤는데 화면이 깨지고,
다른 글을 찾아 다시 고치면 이번에는 다른 곳이 깨졌다.
어디가 틀렸는지 모르는 채로 되돌리고, 다시 고치고, 또 되돌렸다.
깃허브 댓글 기능을 붙이겠다고 밤을 꼬박 새운 날도 있었다.
잠도 자지 않고 컴퓨터만 붙잡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 기능이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그 하나가 꼭 넘어야 할 산 같았다.
결국 댓글 기능을 붙였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사이드바, 검색창, 목차까지 하나씩 붙여 나갔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블로그를 어떻게 하면 더 읽기 편하게 만들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만들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어서야 첫 글을 올렸으니,
그만큼 오래 붙잡고 다듬었던 셈이다.
그렇게 하나씩 고쳐 가다 보니 디자인이 왜 중요한지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같은 글이라도 글자 크기와 여백, 색 하나에 따라 읽히는 정도가 완전히 달랐다.
내용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내가,
읽는 사람이 끝까지 읽고 싶어지는 화면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이 블로그 덕분이었다.
남이 남긴 글에 기대어
그 시절 붙잡고 따라 했던 글들이 있다.
- Github page 블로그 만들기 - 5. 블로그 기본 설정하기
- EP07. 카테고리 기능, #태그 기능 추가하기 (YouTube)
- Github 블로그 검색엔진에 등록하기 (구글/네이버/다음)
- Github.io 프로필 사진 및 모양 변경하기!
로고를 넣는 법, 카테고리와 태그를 만드는 법, 검색엔진에 블로그를 등록하는 법.
이 글을 쓴 사람들은 나를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나는 그들이 친절하게 남겨 둔 글 덕분에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한 줄씩 따라 하면서 다짐했다.
나도 언젠가 이런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개발자가 되겠다고.
돌아보면 이 다짐이 지금까지 내가 블로그를 쓰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나의 첫 깃허브 프로젝트
이 블로그는 나의 첫 깃허브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남이 공개해 둔 코드를 처음으로 열어 읽어 봤고,
오픈소스라는 것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다른 사람의 코드를 가져와 내 것으로 고치는 일이 어떤 것인지도 이곳에서 처음 배웠다.
커밋이 무엇인지, 푸시가 무엇인지도 이 블로그를 꾸미며 몸으로 익혔다.
2023년 5월 첫 글을 올린 뒤로만 커밋이 277개 쌓였다.
대단한 기능이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내 손으로 만들고, 고치고, 계속 가꾼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애정이 간다. 처음이라는 건 그런 것 같다.
무엇을 기록했나
문을 닫기 전에 카테고리를 다시 열어 봤다.
Java 33편, Network 27편, 백준 풀이 23편, Spring 19편, Data 15편, React 13편, ERP 10편.
그 밖에도 리뷰, 노트, Docker, AWS, Linux, SQL까지 크고 작은 기록들이 남아 있었다.
자바 예외 하나를 이해하려고 같은 주제로 며칠씩 글을 이어 쓴 흔적도 있고,
알고리즘 문제를 풀고 나서 내 풀이를 다시 설명해 본 글도 있다.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발표했던 자료도 기록으로 남겨 두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팀 프로젝트를 마치고 남긴 코드 리뷰들이다.
코드 리뷰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던 서투른 개발자 꿈나무가,
어디서 본 대로 어설프게 따라 해 본 리뷰였다.
지금 보면 서툴지만, 그래서 더 그때의 진심이 느껴진다.
잘한 일을 하나 꼽으라면, 이렇게 하나하나 빠짐없이 적어 두었다는 것이다.
다시 읽은 옛 글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조금만 더 고민하고 썼더라면 좋았을 글이 많다.
지금 다시 읽으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문장도 있다.
그래도 부끄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어설픈 문장들 사이로 그때의 내가 보였다.
무엇을 몰랐고, 무엇을 알고 싶어 했고, 어디서 막혀 있었는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래도 써 두었기에, 언제든 다시 열어 볼 수 있었다.
어설픈 문장까지 포함해 그 모든 글이 결국 성장의 기록이었다.
그때보다 고개를 갸웃할 문장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지금의 내가 더 알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나는 왜 블로그를 쓰는가
블로그를 쓰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 나 자신을 위해서다.
배운 것을 다시 익히고, 지나온 일을 복기하기 위해 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주니어 개발자와 개발자를 꿈꾸는 누군가가
내 글에서 작은 도움이나 실마리 하나라도 얻어 가기를 바랐다.
나는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 1년은 혼자 공부했고, 1년은 부트캠프에서 공부했다.
혼자였던 첫 1년은 정말 막막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도,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맞는 방향인지도, 어디서 정보를 구해야 할지도 몰랐다.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외로운 일이었다.
그때 내가 가장 바랐던 것은 대단한 강의가 아니었다.
나보다 조금 앞서 같은 길을 걸어간 누군가가 남긴, 솔직한 기록 한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그때의 나처럼 길을 찾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그 바람이 실제로 쓰인 적도 있다.
취업을 고민하는 개발자 취업 준비생들을 멘토링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 블로그를 열어 보여 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팀 프로젝트 발표 자료 같은 건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쉽게 구하기 어렵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내가 남겨 둔 서툰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손에 잡히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었다.
기록이 정말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어차피 잊힐 글을 왜 쓰냐고 묻는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묻는다.
어차피 잊힐 글인데, 그렇게까지 써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해 보면 우리는 지금도 몇 년 전 누군가가 남긴 글로 배운다.
내가 블로그를 처음 꾸밀 때 그랬던 것처럼,
그 글에서 정보를 얻고, 생각지 못한 관점을 얻는다.
AI와 빅데이터의 시대라지만, AI 역시 결국 사람들이 그렇게 쌓아 온 글들을 읽고 배운 것 아닐까.
그렇다면 기록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스며드는 것에 가깝다.
내가 남긴 배움과 생각이 언젠가 잊힌다 해도
누군가에게는 그날 꼭 필요했던 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글은 몇 년 뒤의 나에게도 돌아온다.
지금의 내가 조금 거만해졌다면, 예전 글은 나도 저렇게 서툴렀다는 것을 보여 주며 다시 겸손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지금의 내가 더디게만 느껴진다면, 예전 글은 그때보다는 분명히 자라 있다는 사실로
천천히라도 성장하고 있는 나에게 믿음을 줄 것이다.
기록은 배운 것을 잊지 않으려고만 쓰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길잡이가 되고, 미래의 나에게는 거울이 된다.
내가 기록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왜 새 블로그로 옮겼나
github.io를 떠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우선 비공개 저장소에서 블로그를 관리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운영하는 내 도메인 아래 서브 도메인으로 블로그를 두고 싶었다.
무엇보다 기존 블로그는 오픈소스 테마를 가져와 커스텀한 것이라 제약이 많았다.
원하는 기능 하나를 넣으려 해도 테마의 구조를 먼저 이해하고, 그 안에서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개발한 코드로,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블로그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지금의 블로그도 처음부터 지금 모습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데모 사이트를 볼 수 있는 곳도 있었고,
직접 만든 미니 앱들을 모아 둔 곳도 있었다.
보여 주고 싶은 것이 많았던 만큼 기능도 늘어났다.
그런데 결국에는 너무 지저분해졌다.
이것저것 담다 보니 정작 글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처음의 이유로 돌아갔다. 기록.
기록에 초점을 맞추자 덜어낼 것들이 보였고, 그렇게 지금의 미니멀한 블로그가 되었다.
돌아보면 첫 블로그에서 배운 것이 여기서도 이어졌다.
읽는 사람이 끝까지 읽고 싶어지는 화면, 그리고 무엇보다 기록 그 자체.
운영을 마치며
블로그를 닫는다고 해서 그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글을 옮기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한 것도 어쩌면 그래서인지 모른다.
그 블로그는 그때의 나를 그대로 담아 둔 채로 남아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이 블로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기록하는 습관도, 깃허브를 다루는 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모두 그곳에서 시작됐다.
github.io에서의 기록은 여기서 멈추지만, 기록하는 일은 이곳에서 계속 이어 가려 한다.
고마웠다, 나의 첫 블로그.